야구장을 찾는 팬에게 있어 ‘경기 관람’만큼 중요한 요소는 바로 ‘시설 환경’입니다. KBO 리그를 대표하는 주요 구장인 잠실야구장, 사직야구장, 고척스카이돔은 각기 다른 역사, 구조, 편의성으로 팬들에게 서로 다른 경험을 제공합니다. 이 글에서는 세 구장의 시설, 접근성, 팬 친화 요소 등을 비교하여, 어떤 구장이 어떤 팬에게 어울리는지, 그리고 앞으로의 개선 방향은 무엇인지 함께 살펴봅니다.
잠실야구장: 전통과 한계가 공존하는 서울의 상징
잠실야구장은 1982년 KBO 리그 출범과 함께 문을 연 대한민국 프로야구의 상징적인 공간입니다.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가 공동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만큼, 매 시즌 가장 많은 경기가 열리는 곳이기도 합니다. 잠실의 가장 큰 장점은 ‘위치’입니다. 서울 중심에 위치해 있어 대중교통 접근성이 뛰어나며, 잠실종합운동장 내 위치해 다양한 스포츠·문화 인프라와 연계되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시설 측면에서는 노후화가 심각한 수준입니다. 40년 가까이 된 건물 구조는 화장실, 좌석, 푸드존 등 전반적으로 불편을 초래하며, 특히 비 오는 날엔 배수 문제, 동선 혼잡 등으로 팬들의 불만이 자주 제기됩니다. 또한, 좌석 간 간격이 좁고, 전 좌석이 비가림 시설 없이 노출되어 있어 장시간 관람에 불편함이 큽니다. 가족 단위나 고령 팬 입장에서는 쾌적한 관람이 어려운 환경입니다. 다행히 서울시는 2032년까지 ‘잠실 돔구장’ 건립을 목표로 리모델링을 추진 중이며, 향후 새로운 도심형 야구장이 탄생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때까지는 팬들의 인내와 구단의 임시방편적 시설 보완이 병행돼야 할 시점입니다.
사직야구장: 열정은 뜨겁지만, 개선은 더디다
부산 사직야구장은 롯데 자이언츠의 홈구장이자, 한국야구 팬덤 열기의 중심지입니다. 1985년 개장 이후 부산 시민들의 애정 어린 응원을 한몸에 받으며, 수많은 드라마가 펼쳐졌던 역사적인 공간입니다. 사직의 강점은 단연 ‘팬 문화’입니다. 롯데의 홈경기 날이면 응원가와 함성으로 가득 차며, 야구 자체를 하나의 축제처럼 즐기는 문화가 정착되어 있습니다. 지방 구장임에도 불구하고 서울 못지않은 관중 수를 유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하지만 시설 측면에서는 잠실과 마찬가지로 심각한 노후화 문제가 존재합니다. 좌석 배치의 비효율성, 노후 전광판, 부족한 화장실, 불편한 푸드코트 등은 오랜 시간 팬들의 불만 사항으로 지적되어 왔습니다. 특히 사직야구장은 비 오는 날 경기가 중단되거나 취소되는 경우가 잦으며, 비가림 시설도 거의 없어 관람 환경이 열악한 편입니다. 또한, 야간 조명과 음향 시스템 역시 현대 야구장의 기준에 미치지 못합니다. 부산시는 현재 사직야구장 리모델링 또는 신축 논의를 지속하고 있으나, 예산과 정치적 이슈로 인해 진척이 더딘 상황입니다. 열정적인 팬 문화를 뒷받침할 수 있는 현대적 시설 개선이 시급히 필요한 시점입니다.
고척스카이돔: 현대식 시설의 선두주자
고척스카이돔은 2015년 개장한 대한민국 최초의 돔구장으로,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키움 히어로즈의 홈구장입니다. 고척의 가장 큰 특징은 기후 영향을 받지 않는 안정적인 환경입니다. 비나 미세먼지, 폭염 등과 관계없이 경기를 정상 진행할 수 있어, 팬들과 선수 모두에게 안정감을 제공합니다. 특히 어린 자녀를 동반한 가족 단위 관람객에게 큰 장점입니다. 또한, 시설 전반이 최신 기준에 맞게 설계되어 있어, 좌석 간 간격, 냉난방 시스템, 조명, 음향, 전광판 모두 쾌적한 수준입니다. 내부 푸드존도 다양한 메뉴와 좌석 구성을 갖추고 있어, 관람 외적인 만족감도 높습니다. 그러나 고척에도 단점은 존재합니다. 우선, 위치상 대중교통 접근성이 잠실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편하며, 특히 차량 진입 시 혼잡도가 높습니다. 또한, 닫힌 구조로 인해 함성이나 응원 소리가 개방형 구장보다 답답하게 느껴진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또한, 관중석과 그라운드 사이의 거리감이 크다는 평도 있으며, 타 팀 팬 입장에서는 고척만의 ‘응원문화’가 상대적으로 약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척스카이돔은 대한민국 프로야구의 미래형 모델로서 ‘돔구장 시대’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향후 다른 도시의 야구장 신축에도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잠실, 사직, 고척은 각각 다른 시대와 문화를 대표하는 KBO의 상징적인 야구장입니다. 잠실은 수도 서울의 중심에서 역사와 전통을 간직한 공간이며, 사직은 열정적인 지역 팬문화의 본거지, 고척은 현대적이고 쾌적한 신형 구장의 기준을 제시합니다. 향후 KBO 리그가 더 많은 팬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이러한 각 구장의 강점을 살리고, 약점을 보완하는 지속적인 시설 투자와 운영 혁신이 필요합니다.